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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동정] "늘공보다 더 잘 할 것"
    • 관리자
    • 업데이트 2023-10-14 12:54
    • 조회수 203

     

    이지선.jpg

    기자 일을 그만둔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입니다. 

     

     

    저녁 약속 자리가 있었는데 그날따라 차가 많이 막혀 지각하게 됐습니다. 주차할 곳까지 찾아 헤매다 겨우 차를 세웠습니다. 너무 늦어 마음이 조급한 와중에도 습관적으로 트렁크를 열고 노트북이 든 가방을 집어 들었습니다. 가방을 걸쳐 메고 약속 장소로 급히 뛰어가다 말고 '아, 나 노트북 없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몸을 돌려 다시 차에 가방을 던져 넣고는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약속 장소에 들어섰습니다. 그 노트북의 무게는 얼마나 됐던 걸까요.

     

    손을 들고 저를 반기는 기자들의 가방을 슬쩍 들어봤습니다. 그 가방의 묵직함과 저의 가벼움이 더욱 대비됐습니다. 차에 두고 온 것은 그저 노트북이 아니라, 긴장과 부담이었겠지요. 그날 이후 저는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닳은 줄도 모르게 놀아도 봤고, 상영시간 3시간짜리 영화를 보러 극장에도 가봤고, 스마트워치 대신 아날로그 시계를 차고 다닙니다. 한 발짝 바깥에서 보니 매일 지뢰가 깔린 사선에 나가 노트북이라는 군장을 지고 진실을 찾는 기자 여러분이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혹여 전우들에게 내가 '스마일 병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노트북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저는 기자증을 반납하고, 새로운 명함을 팠습니다. 너무 멀리 보려 하지 않고 그저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기자 출신'이라는 인식표가 아직 빳빳합니다. 제가 몸담았던 회사와, 기자 사회에 누가 되지 않도록 늘공보다 더 '잘' 하겠습니다. 예전보다 더 열심히 스크랩 마스터를 봅니다. 날카로운 기사 끝에 달린 반가운 기명을 괜히 한 번 더 보게 됩니다. 저는 오늘도 더 좋은 기사로 쓰임 받기 위해, 괜찮은 보도자료를 씁니다. 저를 아껴주셨던 많은 선·후배 동료들께 지금은 부끄럽지만, 언젠간 자랑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전 뉴스1 전북취재본부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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