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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기고] '배알'도 없는 천덕꾸러기?
    • 관리자
    • 업데이트 2023-10-12 11:34
    • 조회수 356

     

    이균형.jpg

    “형, 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다시 전북에서 태어난다면 그건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몇 달 전 한 잔 걸치면서 후배 기자로부터 들었던 얘기다. 솔직히 상당부분 공감이 가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한덕수 국무총리께서도 과거 전북 출신을 숨기려고 그리 무진 애를 쓰셨을까? 전북이 디딤돌은커녕, 걸림돌로 자리해 있음에 그저 씁쓸한 웃음을 삼킬 밖에...


    그러나 환경이 척박한 지역에서 언론인으로 산다는 것에는 무엇이 뒷받침돼야 할까? 물론 매체에 따라, 기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발딛고 서있는 우리 지역에 대한 무한 애정과 자존심만큼은 지역 언론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이면서도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면서 말이다.


    개판을 친 잼버리와 관련해 시시비비와 책임소재를 따지는 감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80%의 예산을 싹둑 잘라버리는 현 정권의 무도한 작태에 우리 전라북도는 어떤 모습인가? 싹둑 잘린 예산에 맞춰 국회의원과 지역의원들의 머리만 싹둑 잘려나갔을 뿐, 속이라도 후련하게 대거리 한 번 해대지도 못하는 현실이 열패감만을 부추길 뿐이다.   


    지역 언론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무턱대고 덤터기 씌우지 말고 주어진 권한 만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으라”고 아무리 써대고 읊어대도 이 정권은 중앙 보수 언론들과 ‘깐부’를 먹으며 만만한 전북을 희생양 삼아 일찌감치 ‘총대 프레임’을 걸어 놓았다. 


    필자는 최근 박정훈 해병대 사령관 사태를 지켜보노라면 새만금 잼버리 사태와 오버랩되는 지점을 느낀다. 그것은 바로 이 정권은 뭔가 문제가 될 소지를 가지고 용산으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이 있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차단시키겠다는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라고 답했고 전북 책임이라는 응답은 20%에도 못미쳤다. 해병대 박정훈 대령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귀신잡는 해병대’가 왜 귀신을 안 잡고 용산을 잡고 늘어질까? 경북 포항 출신의 박 대령이, 아들이 육군사관학교에 다니는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가 호남에서 출마를 꿈꾸는 정치군인일까? 그런데 수사과정에 외압의 주체로 “vip가 맞습니까? 했더니 사령관이 고개 끄덕끄덕...” 하는 말이 나오니 용산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항명’(당초에는 ‘집단 항명 수괴’라는 어마무시한 혐의였다)이라는 굴레를 씌워 구속영장을 들이민 정권이다. 

     

    어학사전에서 ‘천덕꾸러기’를 검색해 보니 ‘업신여김과 푸대접을 받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에서 살펴보자면 딱 ‘전라북도’를 가르키고 있다. 이미 역대 정권이 그래왔었고 지금 이 정권에서는 ‘천덕꾸러기’를 넘어 아예 대놓고 ‘개무시’를 당하고 있다. 이토록 만신창이가 된 데에는 그동안 도민들이, 그리고 우리 언론이 보여 준 점잖고 양반의 고장다운 ‘샤이 가이(shy guy)’의 면모가 자리해 있다. 좋게 말해서 ‘샤이 가이’지, 조금 심하게 말하면 ‘배알’도 없다고 봄이 마땅할 것이다. 


    국민을 ‘합치기’ 보다는 ‘갈라치기’로 일관하며, 소통과 협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식의 프랭크 시내트라가 아닌, 독선의 ‘My way’ 가 울려퍼지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미쳐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향해, 배알도 없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고 있는 이 판국에 주먹 불끈 쥐고 가운데 손가락 치켜 세우며 고성이라도 질러보자. 지금이 21세기인데 왜 20세기와 같은 역겨운 구태가 반복되느냐고. “야, 20세기야!”하면서(물론 발음의 경음화는 주의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보석으로 존중받기를 원치 않으며 돌로 무시받기도 원치 않는다” 노자의 말이다. 


    오늘도 ‘전북’이라는 이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무한 애정을 쏟아부으며 부지런히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우리 후배님들의 건투를 빈다. 

     

                                                                                                                                                                                                                                                <전북CBS 이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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