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자는 말이 없다.'

감사하게도 기자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된 이후, 사건사고 기사를 다루며 죽은 자보다는 산 자들의 말에 의한 유추에 귀를 기울여왔다. 다른 경쟁 언론사보다 먼저 보도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과학 수사를 통한 그날의 진실이나 보도 윤리는 항상 경제적 논리에 밀려 뒷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1일 '지역언론 사건기자 취재 역량 강화' 교육 연수는 앞으로 기자로서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보도에 접근해야 하는지 일깨워준 뜻깊은 시간이었다.

첫 날 방문한 광주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는 시신이나 현장의 흔적을 이용한 과학 수사를 통해 몇 십년간 미궁에 빠졌던 미제 사건을 해결해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죽은 자와 산 자 모두를 위한 공간이었다. 희생자의 Y염색체 분석 통해 18년 만에 도봉 주부 강간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냈다는 조남수 국과수 연구과장의 강의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이날 부검실이나 연구소 등을 둘러보며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이란 슬로건을 증명하기 위해 국과수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국과수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대형 사건이던 그저 몇시간만에 묻히는 작은 사건이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연구원 수십 명이 붙어 수백 차례의 철저한 실험과 연구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국과수의 면면을 보며 그동안 시의성에 쫓겨 과학적 수사를 통한 진실보다는 화제성에 초점을 두고 신속 보도하는데 급급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또 두번째로 진행된 김도연 광주자살예방센터 팀장의 '생명존중 저널리즘과 자살보도' 강의는 올바른 보도 윤리에 대해 깊은 고민과 질문을 던져주는 시간이었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에 대해 기사 제목과 내용에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을 사용한 보도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국민이 늘었다는 통계자료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일명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는데, 만약 내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면 이 같은 보도가 직접 실행으로 옮기는 데 큰 영향을 줬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보도를 하더라도 이 500자 남짓의 글자가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 남았다.

둘째 날 송창영 광주대학교 교수의 '재난안전 국가방재 이해' 강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재난 상황을 보도할 때 재산피해나 인명피해의 규모를 따져가며 취사선택하는 행태를 지양하고 어떤 종류의 재난이더라도 현장의 피해자에게 달려가 그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사라는 송 교수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21일 저녁. 광주전남, 제주 지역의 기자들과 간단한 맥주를 즐기며 서로의 지역 현안에 대해 타 지역 기자는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양한 시각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

하루에도 수십만 건이 유통되는 사건사고 기사는 단 몇시간 만에 소비되고 시의성을 잃는다. 그 만큼 단기간에 최대한 클릭 수를 높일 수 있는 기사가 되기 위해 최대한 자극적이고 수위가 쎈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다분했다

이번 교육을 계기로 사건사고 기사 하나에 담긴 무거운 영향력을 느꼈고 진실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기자가 되기 위해 더 겸손하고 더 겸허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이렇게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전북 및 광주전남, 제주 기자협회 선배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전북일보 이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