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견’에 필요한 것은 예산이 먼저가 아니다. 지역의 자원에 대한 치열한 탐구, 자긍심, 창조적 해석, 비즈니스 마인드가 핵심이다. 이것이 지역의 진짜 ‘실력’이다. ‘보조금’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 구조 (process)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서 사업의 정상적인 구조가 왜곡되고 예산은 술술 새나간다. ‘예산 맹신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필자는 지역 재생을 위한 키워드로 로컬리티 (locality), 로컬 인재 (人材), 로컬 브랜드를 제시한다. 지역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로컬 인재를 양성해서 지역의 자원을 ‘로컬 브랜드’로 육성하려는 노력이 지역에 의미 있는 기회,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국가예산 확보라는 비슷한 목표를 놓고 전국이 경쟁하다 보면 인구가 많고 선행투자가 이뤄진 곳이 선택받을 수밖에 없다.
그 지역의 문화가 담기지 않은 라이프스타일은 그 지역의 얼굴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그 지역의 오리지널리티 (originality)를 파고드는 그 지역만의 ‘얼굴’ 있는 재생 (再生) 전략이 필요하다. 그 위에서 그 지역만의 자립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된다.
지역의 내발적인 역량으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외부 동력에만 기대는 것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머리 아파 가며 공부한 것만이 내 실력이 되듯이 내 힘으로 이뤄낸 것만이 지역에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일을 해낼 ‘로컬 인재’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지역과 지방자치단체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긴 호흡으로 이 문제를 공적 영역에서 끌어안아야 된다.
필자는 2021년, 1년 동안 일본 게이오대학 (慶應義塾大学)의 방문연구원으로 일본 정부의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지방 창생’ (地方 創生) 현장을 둘러봤다. 기초지자체에서 중앙정부로 이어지는 정책의 뼈대를 살펴보고 민간의 다양한 지역 활성화 노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졸저, ‘지역재생의 진실’은 그 시간의 축적이다.
이 책에서는 펄떡 펄떡 살아 숨쉬는 일본의 사례를 담고 있다. 세계적인 창조도시, 가나자와 (金沢), 지방 부활의 아이콘, 아마쵸 (海土町), 70년대의 모습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전통상점가, 쇼와노마치 (昭和の町) 등의 사례는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무엇을 고민해야 되는지 실질적인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성경륭,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추천사에서 “ 이 책이 지방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 전국에서 노력하고 있는 지역 활동가들에게는 좋은 지침서,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담당자들에게도 정책설계의 좋은 나침반이 되길 기대한다 ” 라고 밝혔다. 이 책은 2022년 방일영문화재단의 저술 지원을 받아 출간됐다.
필자는 지난 2012년부터 한국과 일본의 마을기업, 마을 공동체 등 70여 곳의 지역 재생 현장을 둘러보며 내발적 가치의 가능성, 농산어촌의 활성화 등을 주제로 한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2013년에는 ‘마을기업 희망공동체,’ 2018년에는 ‘농촌재생 6차산업’ 을 출간했다. 2015년에는 ‘농촌기업가의 탄생’ 을 번역해서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