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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꼰대기자 생각은?] 1. 내가 꿈꿨던 '기자', 현실은?
    • 관리자
    • 업데이트 2023-06-16 18:55
    • 조회수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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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시절 내가 꿈꿨던 ‘기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의의 칼을 숨기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항상 옳은 말만하고 사회를 정렬시키는 그런 사람. 

    경찰보다, 검사보다 자유로운 신분의 직업으로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나만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그런 사람. 일반적 회사원과는 분명히 달랐다.

    벌써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연차가 쌓였다. 지금에 와 드는 ‘기자’라는 직업은 일반 회사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회사와 ‘선배’라 부르는 상사의 비위를 맞춰야 하고 나를 ‘선배’라 부르는 후배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가끔은 ‘샌드위치’ 신세가 된다.

    이제는 스스로 회사와 선배를 먼저 생각하고 후배의 뜻을 애써 이해하려 노력하는 ‘타협형 회사원’이 돼 가고 있다. 

     

    # 현장을 누비며 듣고 취재한 다양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하루살이'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 기획해보고 싶은 기사가 있으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하루하루 출입처에서 나오는 보도자료 쓰기에 급급하고, 특히 혼자 10개 이상의 출입처를 맡고 있어 브리핑이나 기자회견이 있으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게 일상이라 기자실에 엉덩이 박고 기사 처리하기 바쁜 게 현실이다.


    # 기자라는 직업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광고, 신문구독 등을 비롯해 각종 회사의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기자가 개입하고 있었고, 이로인해 기사의 방향이 정해지기도 했다.

    그 어떤 것에도 영향받지 않고 기사를 쓴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공공을 위한 기자가 아닌 회사를 위한 기자의 모습이 더 크게 다가왔다.

    “기자란 어떤 직업이냐?”라고 누가 물으면 “시간이 자유로운 회사원”이라고 푸념하듯 답한다. 하지만 나는 “기자가 회사원인가?”는 질문을 아직도 스스로 되묻는다.

     

    # 탐사보도를 그린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았는가? 미국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팀은 끈질긴 탐사보도 끝에 거대 종교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해 진실의 장벽을 열었다. 하지만 난 지역 언론의 열악한 여건상 하루벌어 하루사는 하루살이 인생을 살고 있다. 왜? 나 하나 빠지면 선·후배가 고생하니까.


    # 너무나도 많은 출입처로 어느 곳 하나에 집중하기 힘든 현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좋은 기사를 작성해야겠다는 이상. 혼돈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회사에 들어가면 올해는 더 힘들다고 말하는 간부의 이야기를 매년 들을 때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더 걱정해야 하는 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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