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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꼰대기자 생각은?] 3. '라떼'는 상상할 수 없었던 요즘 기자는?
    • 관리자
    • 업데이트 2023-06-16 18:59
    • 조회수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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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사 후 수습을 떼고 정식 기자가 되기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매일이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났고 지적의 연속이었다. ‘사육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나에게 당시는 ‘당연한 시간’이었다. 선배는 하늘, 신문사는 나를 지켜주는 보험이었으니까.

    선배의 말에 토를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낮에 정신없이 지적받고 혼나지만 마감 때 “한잔하자”는 선배의 말은 모든 섭섭함이 한 순간에 해소되는 ‘숙취 해소제’였다. 거기에 한 잔 술을 따라주며 “잘하고 있다” 이 한 마디는 나를 정말 기자로 만들었다.

    꼰대가 돼서 일까? 요즘 후배들에게는 항상 의견, 동의를 구해야 한다. 내가 그 연차 때를 생각하면 용납이 안 된다. 억울하고 속이 뒤틀리기도 한다. 그런데 애써 안 그런 척 한다.

    한 후배가 모 선배에 대해 “기사도 못 쓰잖아요. 직업만 기자 아니에요. 보도 자료만 쓰잖아요”라고 한다. 나도 그리 좋아하는 선배는 아니지만 이 후배 무섭다. 가까이 하기 꺼려진다. ‘나도 그렇게 보나’라는 생각이 든다.  

     

    # "수습 시절에 '인사만 잘해도 중간은 간다'는 선배들의 말이 최근 들어 크게 와닿는다. 인사는 말 그대로 기본 예의범절이라고 생각해 평소 기자실이나 취재 현장에서 멀뚱멀뚱 쳐다만 보던 일부 후배에게 충고했다가 오히려 '선배가 먼저 인사하면 되죠'라는 말을 듣고 정말 새상이 변했구나를 느꼈다. 또 본인이 맡은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근무 시간이 끝났다고 서둘러서 짐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 예전 선배들은 군대 선임 같았다. 하지만 요즘은 민주적으로 바뀌고 있다. 

    저연차 기자들을 보면 많이 조용해지고, 많이 겸손해졌다. 전화로 취재하거나 자료를 부탁할 때도 겸손하고 합리적이다. 더 스마트하고 매너도 있고 깔끔하다. 

    기자일에 특권의식을 느끼고 고압적으로 취재를 이어가던 선배들과는 다르다.

    기자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에 대해 커다란 의미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특권의식도 없고, 물질적 가치를 우선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그리고 특권은커녕 일상적으로 쓰레기에 비유되는 요즘 기자들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 막내 기자가 마와리를 돌지 않는다. 사건·사고 현장에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다. 통신 기사에 나온 거 우라까이한다. 이른바 '배 깔고' 기사 쓴다. 물 먹었는데 승부욕이 없다. 심지어 물 먹은줄도 모른다.


    # 누군지는 몰라도 명함을 들고 찾아가 인사부터 하고본다. 간혹 일반인이 황당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잘 알지 못한다. 인사를 못해 혼나기도 했고, 인사를 했는데도 제대로 허리를 숙이지 않아 혼나기도 했다. 덕분에 신문, 방송, 통신 모든 매체의 많은 선배들과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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