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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MZ기자 생각은?] 1. 내가 꿈꿨던 '기자', 현실은?
    • 관리자
    • 업데이트 2023-06-16 18:28
    • 조회수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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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것은, 국가나 애국 그런 것이 아니야 진실이야” 고 리영희 선생의 말씀. 기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때, 지칠 때면 이 말을 한 번씩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는 했다. 진실을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사실 하나조차 지키기가 힘들다. 기사를 쓰고 데스크를 가기 전 온몸에 긴장감이 맴돈다. “이거 맞는 사실이야?, 다시 알아와” 데스크의 예리한 지적. 식은땀이 흐른다. 다시 알아본 결과,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팩트 체크. 근래 들어서 이 말의 무게를 가늠한다. 기사 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그에 따른 수많은 사실 확인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기사를 쓴다는 게 고된 작업이라는 점을 많이 깨닫고 있다.

     

    # 나는 기자를 참 우습게 생각했다. 단순하게 “그냥 사람들과 이야기 주고받으며 취재하고 글로 쓰면 ‘땡’이지. 매일 카톡도 하는데 그게 뭐 어렵나?”라고 생각했다.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뿐더러 그 수많은 ‘말 말 말’들을 일목요연하게 적어 읽는 대상을 쉽게 이해시키는 것이 너무 어렵다. 기사 한 줄 더 적어보겠다고 몇 시간을 더 아등바등 취재하기도 해 하면 할수록 어려운 직업이 기자인 것 같다. 매일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그것을 하나하나 캐치 해야 하는데 나의 개인적인 시간은 꿈꾸지도 못한다.

     

    # 어디서든 당당하게, 자신감 넘치는 사람, 매일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빠뜨리지 않고 보도하는 사람, 사회 부조리를 뜯어고치는 사람 등 정의롭고 당당한 사람. 또 똑똑하고 뭐든 알고 있는 사람. 세상일에 관심이 제일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사건 사고 외에는 관심 없는 사람들. 기자들도 똑같이 신인 아이돌 몰라요.

    또 세상 낙종쟁이 나야 나. 세상에 사건 사고와 행사는 왜 이리 건수도 많은지. 그 많은 사건 사고 중 왜 내가 아는 건 없는지.

    현실의 기자들이 모두 당당하지 않다거나, 정의롭지 않다는게 아니다. 하지만 매일 큰 사건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끌 순 없고, 기자도 두려움을 느끼고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다.

     

    # 기자에 입문하기 전, 방송을 통해 본 기자는 한마디로 멋짐 그 자체였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사건이 터지면 누구보다 빨리 현장을 뛰어가 보도하고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전문직의 최고봉.

    나름 ‘큰 그림’을 그리고 기자가 된 현장은 회사에서도 밖에서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날 넘기고 채워야 할 고정 업무에 치여 기획, 밀착 취재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되고 집에서의 저녁이 있는 삶 대신 ‘나만 빠지면 정보 놓치는 거 아냐’라는 우려감에 집 대신 모임 장소로 향할 때가 많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지역을 넘나들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싶은데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한가지 일에만 매달릴 수 없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 제보가 곳간에 차고 넘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하소연 섞인 민원부터 거짓말까지 녹록지 않았다. '말이 되는 제보'를 만날 때마다 쾌재를 불었다. 제보로만 기사를 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의지하게 되는 제 모습을 볼 때마다 각성하게 된다. 기사 발굴 근육을 열심히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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