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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기자상

올해의 전북기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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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취재본상
  • KBS전주 오정현
  • 업데이트 2023-06-19 17:39
  • 조회수 250

▶ 취재본상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 또 울린, 그들만의 ‘빚잔치’

 

  • KBS전주_오정현.jpg
  • <가압류 청구금액 금 6,664,742,000원>
      등기부 귀퉁이에 적힌 이 거대한 숫자에서 시작했습니다. 압류등기가 금세 해제돼 빨간 줄로 가려놨던 터라 그런가 보다 할 법도 했지만, “일, 십, 백, 천, 만….” 거듭 헤아려도 66억 원짜리 가압류는 못내 구미가 당겼습니다.
      최근 취임한 어느 공기업 사장님 검증 보도를 준비하다 찾았습니다. 사실 그가 가진 부동산 목록을 늘어놓고 죄다 등본을 떼어볼 땐, 내부정보 이용하셨나, 편법 증여하셨나, 위장 전입하셨나 따위를 살피려 했습니다. 가압류는 뜻밖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궁금해졌습니다. 금액이 너무 컸고, 대기업 상무와 전무, 부사장을 차례로 지낸 그에게 채무 불이행 딱지는 썩 어울리지 않았던 탓도 있습니다. 그 뒤로는 탐사의 영역이었습니다. 눈길이 닿는 대로 기록들을 캐들어갔습니다.
      사실 이 고리 짓기 작업이 가히 수고로웠는데, 사람 이름, 법인명만으론 뭘 더 알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득했지만, 쫓고 쫓다 ‘캄보디아’까지 닿았을 때,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사장님이 지독하게 얽혀버린 그 사건은 ‘부산저축은행 사태’였습니다.
  • <쌈짓돈 넣은 노인 ≠ 대기업 부사장 출신 기관장>

      취감한 이야기는 복잡다단하나,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공기업 사장님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에게 고루 돌아가야 할 돈을 친구들과 함께 빼돌렸습니다. 은행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기 ‘딱 하루 전’ 남들보다 먼저 돈을 챙길 장치를 끼워 넣은 겁니다.

      그러나 사장님은 억울하다며 찌푸렸습니다. 법원이 돈을 회수해가고, 또 계속 소송 걸리는 게 아주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채권자 평등의 원칙’이 있음에도, 그는 저축은행에 ‘쌈짓돈 넣은 노인’과 ‘대기업 부사장까지 했던 자신’은 동등하지 않다는 듯 굴었습니다.

      사장님은 직을 던지고 떠났지만, 이 '편파 변제'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원금 말고, 이들이 수익금 명목으로 따로 챙긴 85억 원을 회수하려는 소송이 지금 진행 중입니다. 사장님과 친구들은 대형 로펌을 앞세워 버티고 있습니다.

      사실 이 사건은 좀 더 넉넉한 시야로 정리해 고발하면 좋았을 겁니다. 단지 사장님만 원톱 주연으로 이야기를 풀기엔 집단의 이기와 부당 거래가 매우 악랄했습니다. 구조의 결함도 적잖았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정해진 할 일이 있고, 그건 ‘지방’공기업 사장의 도덕성 검증이었습니다. 로컬저널리즘의 한계인 셈인데, 극복할 법은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KBS전주 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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