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전북기자상
[2023년] 취재본상 | |||||
---|---|---|---|---|---|
|
|||||
국비 127억 날리고도 한우 회식 100번…국립대 총장의 일탈, 그리고 R&D 카르텔 전주MBC 박혜진(취재부문 본상)
대학 내부의 정치싸움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지난 3월, 이렇게 긴 호흡으로 취재하게 될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9개월 전 군산대 이장호 총장에게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흔쾌히 나와줬고 한 시간 넘게 관련 의혹들에 대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비 127억 원을 받아 가며 해상풍력 사업을 성공시키려 했으나 의도치 않게 실패했다' 정도의 보도 수준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지만 앞서 이곳저곳에 요청해 놓았던 자료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총장이 국비를 타내기 위해 사용했던 발표 자료에서 두산과 효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짜리 터빈을 기증받겠다는 무모한 약속 하나로 국비 127억 지원이 허무하게 이뤄졌음을 알게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조달청을 통해 입찰된 회사를 무시하고 지인의 업체와 개인적인 중복계약, 일방적인 대납 강요, 연구원 무단 고용 등 모든 것이 서류로 증명됐는데 계약 권한도 없던 교수 신분의 이장호 총장의 이름이 계약 당사자로 적혀있었습니다.
이상한 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127억을 날린 것도 모자라 개인적으로 맺고 다닌 계약 때문에 수십억 원의 소송을 떠안게 된 이장호 교수. 해결되지 못했던 이 개인 빚이 이 교수가 총장에 당선되자마자 학교가 나서서 해결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로지 해상풍력 연구와 사업을 성공시키는 게 순수한 꿈이라며 제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열변했던 이 총장의 모습과 정반대되는 사실들이 서서히 드러나며 실마리가 풀려갔습니다.
이미 대기업으로부터 기증 약속이 무산됐는데도 마치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처럼 국비 22억 원을 무단으로 지출하는 등 국가기관까지 속였던 겁니다.
그 와중에 코로나 때문에 회의를 하지 못했다고 인터뷰했던 이 총장이 사실은 모임이 제한된 코로나 기간에도 끊임없이 사람들과 고급 회식을 즐겼던 사실까지 사업비 지출 내역 조회 결과 드러났습니다.
깊게 알지 못하는 R&D분야, 그래서 쉽게 비판할 수도 함부로 아는척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 기회로 수백억이 투입되는 국가 연구 사업이란 게 사실은 이름만 거창할 뿐 너무도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함께 감시해 나가고 싶었습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다면 그 시간 안에 다른 대학이나 기관들의 R&D사업을 확장해 취재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듭니다.
수사가 끝나지 않아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실체는 아직 없습니다.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취재하겠습니다.
|
|||||